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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 음악 : 애니

[책]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한수희

by 정돈된 하루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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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케이크, 책 - 최고의 조합



나는 한수희 작가가 쓴 글을 좋아한다.
그녀의 책을 읽고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 머리도 어느정도 정리되기 때문이다. 머리와 가슴을 충족시키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아마 그녀가 꾸밈없이 진솔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자기 이야기를 담담하고 위트있게 쓰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중요시 여기며 자기의 경험을 정직하게 자기만의 색채로 글을 쓰는 프로 작가다. 그래서 읽고나면 헛헛한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손에 닿을듯 해서 나도 이렇게 살아보고픈, 좀 더 정확하게는 이렇게 글을 써보고픈 마음을 들게 한다.


한수희 작가의 신간인 ‘추신을 길게 써야겠습니다’를 장바구니에 넣다가 발견한 오늘의 책. ‘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 교토라서 특별한 바람 같은 이야기들 -

한수희 작가 그리고 교토.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것뿐이라 과감하게 같이 책을 골랐다.


책 & 케이크 / 특별한 날에 먹는 케이크


이 책의 교토 여행의 여행에세이지만 교토가 주인공이 아니다. 교토라는 도구로 잠시 일시 정지를 누른 나의 여유, 나의 판타지, 일상의 환기의 시간이다.


교토라는 곳은 참으로 오묘한 것 같다. 작가가 교토의 어떤 면에서 매료가 되었는지 공감된다. 왜냐하면 나 역시 교토가 인상이 깊었고, 다시 한 번 가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도 커피의 맛을 아는 여자가 되었다. 이 부분 참 공감했다. 쓴맛, 신맛, 바디감, 묽은 맛 등등을 내 혀가 구분한다. 비싼데 맛없는 커피를 마시면 열받는다. 이제 커피 맛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이노다 커피가 여기서 등장하는데 나는 작가님과 다른 곳에 있는 지점인 산넨자카 이노다커피에서 커피를 마셨다. 후르츠산도와 아라비아의 진주(시그니처 커피)를 먹었는데 정말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다음번에도 꼭 먹을 예정이다. 그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가 나와는 다른 사람인 것에 실망하지도 분개하지도 않는 것이다. 나는 자주 실망하고 분개한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이런 내가 싫은데도 자꾸 그러게 된다.


공감되는 구절. 머리로는 웅변을 해도 될 만큼 잘 알고 구구절절 왜 그래야되는지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마음 깊숙이 받아들이고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인간관계는 답도 없고 참 힘들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너무 많이 이야기할 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너무 많이 이야기 할 때,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이고 자신을 실망시키는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자꾸만 이야기할 때, 솔직히 질린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쏘아붙이고 싶다. 자신은 잡으려 하면 자꾸 멀어지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자신에 대해서 가장 많이 생각하고 또 가장 많이 이야기한다. 어쩔 수 없군.



처음과 끝 문장, 공감되지 않는 구절이 없다.
자신다운 것, 자신을 찾는 것,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 것,,,
흔히 이런 말을 하지만, 이러면 이럴수록 자의식은 비대해지고 오히려 자신을 잃기 쉬워진다. ‘자신’은 내 머릿속에 있지 않다. 현실을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실존한다.
하지만 언제나 나에게 제일 관심많은 건 나다. 굳이 잊어도 되는 일마저 굳이 먼지를 털듯 털어내 기억해내고 만다.


—-


내 마음을 어쩜 이렇게 시원하게 문장으로 긁어주는지,, 그럼에도 항상 위트를 잃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는지,,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뭐든 할 수 있을것 같은 힘마저 생긴다.


이 책은 아름다운 도시 교토 이야기와 더불어 여행자의 마음,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이다.

이번 책도 참 좋았다. 아마 그녀의 신간은 앞으로 나의 책장에 고스란히 꽂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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