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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어느 햇살 좋은 날 (feat. 내가 기록하는 이유)

by 정돈된 하루 2020.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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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이름에 구름이 들어가 있어서 흐린 날이 많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그만큼 맑은 날보다 구름 낀 날이 훨씬 많다. 

 

 

그래서 어쩌다 날이 맑은 날이 찾아오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화요일,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비오는 월요일,

말갛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화요일, 

다시 비 오는 오늘, 수요일. 

 

변덕스러운 일기 속에서

벌써 추억이 되어버린 어제의

5월의 파랗고 싱그럽던 어느 날을 꺼내본다.

 

 

 

로즈마리를 치워주니 얼른 콧바람을 쐬러 올라서는 강지.

연신 킁킁대며 바람을 쐰다.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을 좋아하는 건 강아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햇빛에 비치는 보송보송한 하얀 털과 

쫑긋 세운 베이지색 귀 끝이 귀엽다.  

 

 

 

 

햇살 좋은 날에 빠질 수 없는 커피.

평소보다 조금 진하게 내렸다. 

 

바닥에 비치는 로즈마리 잎들과

커피 가장자리에 반사되는 하얀빛이 예쁘다.

 

 

 

천의 얼굴을 가진 강지.

오늘은 수달 내지 물개 같다.

 

베란다에 자기 침대를 가져다 놓으니 얼른 자리를 차지한다. 

햇빛 방향으로 얼굴을 두고 몸은 시원한 그늘 쪽으로 누웠다.

야무지게 전략적으로 누운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바람이 솔솔 부니 잠이 절로 오나보다.

 

강지 너는 햇빛을 쬐도 안 타서 좋겠다. 

 

 

 

 

햇살 좋은 날에는 산책.

파란 하늘과 푸르른 들판, 알록달록한 꽃들을 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사람은 색깔 코디를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이기 쉬운데,

식물은 어떤 색과 섞여 있어도 자연스러운 어우러진다. 

새파란, 새빨간, 연분홍. 

초록색 바탕이 모든 걸 뒤에서 받쳐주나. 

사람은 패완얼.

식물은 식완초.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아서인지 물이 많이 붇진 않았다.

파란 하늘과 산 사이에서 졸졸 흐르는 개울을 보는 건 매일 봐도 지겹지 않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건 이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하늘은 유달리 파랗고, 산은 유달리 푸르고, 개울 소리도 때마침 시원하게 들려서. 

 

 

 

 

 

 

갑분 수육 타임~

산책도 식후경. 

 

시원한 옥수수 동동주랑 촉촉한 수육 & 새콤한 야채 무침이 아주 찰떡궁합이어라~

 

 

 

식후 차 한잔. 

테라스에서 경치를 보며 마시는 음료는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 꽃을 두 번 봤다. 자꾸 보아도 어여쁘다.

 

맑은 날.

흐린 날.

비나 눈이 오는 날.

 

날씨마다 좋은 분위기가 있지만,

어떤 날은 괜스레 마음이 축축해져서 마음을 꺼내 햇빛에 말리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럴 땐 사진을 꺼내본다.  

행복했던 순간들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사진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시간이 지난 뒤 오늘을 보면 단순한 기록을 넘어 느껴지는 울림이 있다.

나는 그게 좋아서 오늘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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