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찰력 깊은 세밀한 심리 묘사
# 한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엄청난 몰입감과 필력
# 같은 자리에 앉아 눈앞에 보이는 듯한 생생한 묘사
# 자기연민에 빠진 불쌍한 고아 엘리에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엘리가 되기까지
#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끝까지 엘리를 사랑하는 절절한 남주, 에인절
# 엘리 옆에서 그녀를 깨우쳐주고 지지해주며 각자의 방식으로 도와주는 따스한 친우들
1.
계급이 뚜렷하고 가부장적인 세계에서 무능력한 가장을 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엘리.
그녀는 어릴 때부터 당연히 받아야 할 보호와 애정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눈치를 보고 주위를 살피는 아이로 자란다.
그녀가 10살이 되었을 무렵, 가난에 지친 그녀의 엄마는 단호한 얼굴로 그녀를 고아원으로 보내고 그녀는 어떻게든 그곳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궂은 노동을 하고 고아원 선생님들에게 멸시를 느끼며 자란다.
2.
그러다가 그녀가 13살이 되었을 때 고아원에 귀족 벨루트 부인이 찾아오고 그녀는 귀족 아가씨의 말벗이 되기 위해 헤븐리힐로 가게 된다.
알고 보니 벨루트 가 장남 에인절이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병을 낫기 위해서 선행을 베풀고 옆에서 기도를 해줄(병에 옮아도 상관이 없는) 아이가 필요했던 것.
엘리는 벌벌 떨면서 에인절의 옆을 지키며 노래를 불렀고 에인절은 엘리를 만나면서 조금씩 몸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3.
그녀는 어릴 적부터 타고난 통찰력이 있었는데 바로 귀족들의 이중성이나 사람들의 행동 저면에 깔린 그들의 심리를 금세 눈치챘다.
귀족의 선행은 자신의 우월감을 과시하는데 본디 목적이 있으며 조금이라도 선을 넘으면 아주 냉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벨루트 부인의 '분수를 잘 아는 아이'라서 데리고 간다는 그 말을 철저히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4.
앨리는 더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넓고 아름다운 벨루트 가에 산다는 것에 만족하면서도 결코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철저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 외롭고 괴로웠다.
하녀들은 어디서 굴러온 돌 주제에 귀한 대접을 받는 그녀를 은근히 멸시했고, 벨루트 가족들은 그녀를 이리저리 돌리기 쉬운 체스 말로 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사를 아무도 묻지 않는 오로지 '도구'로서 벨루트 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매일 매순간 느낀다.
그레이스의 말벗 수준을 맞추기 위해 글과 문법, 예절을 배우고, 에인절을 위해 피아노를 배우며 그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주 연습을 한다.
이렇게 차갑고 복잡한 상황에서 어린 앨리의 상처, 타고난 섬세함이 맞물려 자기 연민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5.
에인절은 몸을 완전히 회복하고 점점 더 앨리를 사랑하게 되고 벨루트 부인은 에인절을 기숙학교로 보내버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에인절의 사랑은 깊어만 갔고 앨리와의 결혼을 원하게 된다.
이윽고 엘리를 향한 벨루트 부인의 증오는 극에 달하게 되고, 그 와중에 벨루트 씨는 신경쇠약에 의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6.
앨리는 벨루트 씨의 살인미수자로 의심받아 혼란스러운 상황에 에인절의 결혼 선언을 들은 벨루트 부인에게서 심장을 부수는 폭언과 멸시, 따스했던 말벗 그레이스에게 제발 떠나라는 말을 듣게 된다.
철저한 무력감과 패배감에 압도되어 진절머리가 난 앨리는 대로 헤븐리힐을 떠나 척박한 북부로 떠나는 마차를 타게 된다.
7.
우연히 북부로 떠나는 미스터리한 친절한 남자 에밀과 함께 마차를 나눠타고 그 인연으로 같은 마을에서 지내는 정다운 벗이 된다.
땡전 한푼도 없이 처음 사회에 발 디디는 앨리는 일자리를 급히 구하는 빌의 술집에 취직하게 되고 모든 것이 서툴지만 점점 자리를 잡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는 친구들..
다혈질이지만 뒤끝 없는 걸걸한 베카, 어리지만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 넓은 프란츠, 언제나 그녀를 도와주는 에밀.
그리고 무뚝뚝하지만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 주는 술집 사장 빌.
앨리는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꼬인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그들을 마음속 깊이 인정하게 되면서 그녀 자신을 마주 보게 된다.
8.
그 후로도 앨리의 시련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에인절의 절절한 사랑도 계속된다.
그 사이 놀라운 반전도 생기고 가슴 아픈 이별도 하게 된다.
9.
다만, 운명이 떠미는 것처럼 앨리 곁에는 피아노가 나타나게 되고 그녀가 음악가의 꿈을 꾸는 계기를 만든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건 성취가 아니라 상태라는 자각.
누군가의 권세에 기대는게 아닌 자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되면 된다는 의지.
여자 음악가 한 명도 없는 척박한 남성우월주의 세계에서 그녀는 고군분투하며 그녀의 자리를 만들어 나간다.
그런 그녀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지켜주는 우리의 에인절ㅠㅠㅠ
이렇게 짠내나는 남주는 또 처음이야... 이런 남주는 사랑입니다.
10.
엘리 소설이 대단히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설득력 있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에인절의 애절한 사랑이 한몫하지만, 작은의자 님의 대담하고 솔직하면서도 놀라운 심리 묘사에 있는 것 같다.
한 줄 한 줄 정독하게 만드는 엄청난 필력과 묘사들.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은 장면들.
가장 정수는 노골적이라고 할 정도로 가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심리를 끄집어내 적나라하고 명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읽는 동안 가슴이 뜨끔뜨끔할 정도로 정말 솔직한 앨리의 깊숙한 내면 심리를 파고들어 그것을 담담히 읊고 있었다.
여주의 편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녀의 심리를 담담히 묘사하고 있어서 그녀의 심리에 따라 처음부터 몰입해서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1.
시련을 끊임없이 겪고, 다시 일어서고, 주위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내면도 성숙해나가는 앨리의 모습을 보면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그녀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어딜 가도 그녀 주위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는 에인절의 커다란 사랑.
그 변함없는 사랑이 그녀의 구멍 난 내면을 채워주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12.
탄탄한 스토리
살아있는 캐릭터들
로맨스소설로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절절한 여주 바라기 남주
상처받고 겁에 질려있던 어린 영혼에서 이윽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
척박한 시대상을 뚫고 고군분투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성들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놀랍게도 매우 잘 정리되어 떠먹여 주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한줄 한줄 소중히 정독하며 읽은 책
종이책으로도 구입하고 싶은 매력적인 책이었다.
13.
4.8 / 5
작은의자 님의 차기작을 매우, 매우, 기다립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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