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지키기 어려운 일.
내 말보다 남의 말을 더 듣는 것.
의무적으로라도 상대방의 말의 들으려고 노력하지만, 머릿속 한 켠에서는 다음 차례에 어떤 얘기를 할까 열심히 떠올린다.
그래서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잘 놓친다.
아니, 사실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잠시 들어주는 척을 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품을 팔아 자기 이야기를 듣게 하려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허망하고 외로워진다.
끊임없이 말을 하는 행위는 비슷하지만 원인이 다른 케이스가 있다.
둘 사이의 말이 끊기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고민한다.
둘 사이에 떠도는 적막과 어색함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그래서 줄기차게 의식적으로 왁자지껄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떠들어댄다. 그말은즉슨 상대방의 눈치를 과하게 본다는 이야기고 그러면 벌써 서로 대화하기가 피곤해진다.
결국 말은,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훨씬 안락하고 유리하다.
가끔 대화로서, 교감과 공감을 타인에게 받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집착에 강변*까지 가곤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내가 강하게 주장할수록 타인은 내 진심에서 멀어져 간다.
사람은 상대방이 강하게 주장할수록 무의식적으로 반발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타인은 말 그대로 내가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위로할 순 있어도 속으로는 어쩔수 없이 냉정한 평가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타인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구멍을 결코 메울 수 없다.
채워졌다 믿어도 일순간 비워지기 마련이고 사람은 변하기 쉬우니 결국 사람에게 구원은 없다.
내 안의 구멍은 내가 채워야한다.
나만이 채울 수 있다.
나만이 나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줄 수 있다.
우선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강변하다(強辯하다) : 이치에 닿지 아니한 것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주장하거나 변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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