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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예민함은 축복이자 저주다

by 정돈된 하루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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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미리 님 책의 한 장면.
작가님은 예민한 기질의 어떤 분을 보고 느낀 점을 그림으로 그리신 것 같다.
뭔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분이 작가님에게 어떤 자극적인 행동을 하신 듯ㅎㅎ


다만, 이걸 읽으면서 나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해석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아마 예민한 기질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고.
예민한 사람은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서 거의 필연적으로 '예민함을 사회화시키는' 훈련이 필요한데 그게 아직 체화가 되지 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나길 오감이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같은 자극 환경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자극을 캐치하는 감각을 타고났다.
남들이 맡지 못한 냄새.
남들이 보지 못한 순간적 풍경.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디테일한 감정.
남들이 공감하기 힘든 직감.
이들은 이런 것을 매일 느끼고 산다.
필연적으로 이들의 머릿 속과 마음속으로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때로는 생각과 감정의 바다에 떠밀려 이리저리 몸을 가누기 힘들기도 하다.


얀타까운 건 이렇게 되기를 그들은 바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토록 고통스럽고, 이토록 외로운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냥 선천적으로, 후천적으로 예민함이 길러졌고 그 기질이 비밀번호를 풀어 어느샌가 세상 속 숨긴 파일까지 한 번에 열어버렸다.
그들의 선택과 관계없이 거의 육감에 가깝게 데이터가 눈에 보이고 흡수가 된다.
너무 많은 데이터가 들어와서 어떻게 이것을 정보로 가공할지 취사선택을 하느라 매우 바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과잉 생각에 시달리고, 끓어 넘치는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이런 기질은 축복이자 저주다.


그래서 이런 예민한 기질은 필수적으로 훈련이 필요하다.
예민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적절하게 사회화를 시키는 훈련.
예민함을 나만의 무기로 바꾸면서, 동시에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존중의 관계를 맺는 사회화 훈련.


주로 예민함은 예술적인 감각의 토대가 되곤 하는데 아주 디테일하면서도 완벽하게 느껴지는 예술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온몸의 털이 쭈뼛 서면서 경이롭기도하다.
예민한 사람이 일 혹은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주변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스스로는 몰입으로 생각 차단(=데이터 입력 일시 차단)을 해서 좋고, 결과물로는 사람들의 무의식에 크고 작은 울림을 주기 때문에 좋다.


사회화는 훈련은 '차단'과 '흘려보내기 연습'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차단은 곧 어느정도의 무관심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어차피 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는 데이터가 많으니, 일부러 듣고 / 보고 / 느끼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입력이 되는 데이터들은 정보로 만들 건지 버릴 건지 취사선택을 한다.
나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 아닌지
자신의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고, 나머지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데이터들은 시간의 강물에 씻어 흘려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 의식적으로 흘려보내려고 해야 한다.
영감을 주는 옥석과 신발에 끼인 작은 돌멩이 같은 거슬리는 정보들은 분명 다르다.
보통 후자는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데이터가 많았다.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데이터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차단과 흘려보내기 훈련은 선순환의 흐름을 타게 된다.


이런 훈련이 매일 쌓여 내 것으로 체화되면 한결 세상 살기가 쉬워지는 듯.

타고난 기질은 어차피 바꿀 수 없으니, 복세편살을 위해 노력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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