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s well 알이즈웰
모두 다 괜찮다는 말
오래된 습관은 발견하기 힘들다.
무의식과 연결된 습관일수록 더욱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어릴 적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의 나'가 어떤지를 잘 알아야 했고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검열했다.
'이런 행동은 쿨하지 않아.'
'이런 행동은 약자의 행동이야.'
'이러면 안 돼.'
스스로 평가를 많이 했고 그 평가는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일 때가 많았다.
'더 나은 나'라는 말은 비교 상대가 나 자신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눈과 머리는 분주했고 마음은 긴장에 차있고 불안했다.
살다 보면 괜찮은 일보다 괜찮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달라졌고 나 역시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져갔다.
항상 현재보다 나은 미래가 무지개처럼 앞에 서있었고 다가갈수록 멀어져 갔다.
좋은 행동은 '당연한 행동'이 되어 스스로 칭찬할 새도 건너뛰어 갔고 나쁜 행동은 '못난 내 모습'이 되어 지적받고 곱씹어졌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박해졌고, 출구 없는 감옥에 자진해서 들어갔다.
잠재적 죄인이자 감시자의 이중 역할을 하며 나는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사회인이 된 후 이제는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사람이 되었다고, 더 이상 자평하지 말자고 종종 다짐해왔다.
하지만 이 습관은 오랫동안 인이 박힌 걸 증명하듯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깨닫게 된 주문.
'다 괜찮다'라는 뻔하디 뻔한 진부한 말.
영화 '세 얼간이'를 보며 이미 알고 있던 'All is well'이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세 얼간이'에서는 두려운 자기를 다독이는 말로 '알 이즈 웰'을 외치는 것이지만 나는 '인정'의 의미의 알 이즈 웰이다.
감정은 자연재해 같은 것.
사람의 힘으로 숨길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것.
따라서 그 감정은 자연스럽다.
그러니 그대로 놔두고 인정하자.
무엇을 느끼든, 무엇을 생각하든 다 괜찮다.
번개가 치듯 태풍이 불듯
내가 일으키지 않았지만 이미 일어난 일들.
그러니 다 괜찮다.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살아있기 때문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것들.
그대로 두자.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시작한 자기 검열의 동기마저 후회하고 싶진 않다.
단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생겼을 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아닌 욕심으로 이윽고 '~해서는 안된다'라고 감정마저 검열했던 나날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어리석지만 냉혹하게 스스로를 얽매였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깨달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난 지금 이대로 괜찮다.
이제는 대체로 나를 그대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로소 '알 이즈 웰'의 말의 의미를 가슴으로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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